[박성완의 이슈 프리즘] 최고의 진단능력 vs 마스크 대란

입력 2020-03-04 17:14   수정 2020-03-05 00: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이 “놀랍다”는 평가를 받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루 1만 건을 처리할 수 있는 진단 능력이다. 6시간이면 결과도 나온다. 또 하나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에 가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 커피를 주문할 수 있듯, 차 창문만 열고 문진·발열 확인·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다. 감염 위험이 적고 검사 속도도 빠르다. ‘기발하다’ ‘혁신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계가 놀라는 검진속도

한국에선 지금까지 총 13만여 명이 진단을 받았다. 일본과 미국을 월등히 앞선다. 일본은 지금까지 7000여 명이 검진을 받았다. 하루 900건 정도 검사한다. 일본에선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미국은 더하다. 지난주까지 보건당국이 판단하기에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 500여 명만 검사했을 뿐이다. 한국에선 하루 1만 건을 검사하는데 미국은 왜 못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에서 5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그만큼 검진을 많이 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어떻게 최고 수준의 진단능력을 갖추게 됐을까. 무엇보다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진단업체 씨젠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보고 국내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에 개발에 들어갔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도입한 ‘긴급사용 승인제도’도 도움이 됐다. 이 제도를 통해 코젠바이오텍, 씨젠, SD바이오센서, 솔젠트 등 민간업체가 개발한 진단키트를 신속히 검사기관에 공급할 수 있었다. 1회 검사로 확진 여부를 판단하고 6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증폭검사’ 방식도 긴급사용 승인제도를 통해 도입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대구 칠곡경북대병원이 처음 설치했고 이후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1번 확진환자를 치료했던 의사가 검사의 안전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넓은 운동장에 설치하자고 학회에서 제안했고, 이 병원이 상황에 맞게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시도해본 것이라고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라 도입했다.

두 가지 사례는 한국 사회의 가장 뛰어난 경쟁력 중 하나가 ‘기민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과 해법은 ‘현장’과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민간의 경쟁력을 잘 활용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근거해 신속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현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움직이는 실무 관료들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기민함과 성급함의 차이

그런데 마스크 대란과 대구·경북지역의 의료진 및 병상 부족 사태에선 이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리부터 우려가 있었다는데 계속 한두 발짝 늦고, 대책을 발표한 뒤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성급함과 기민함은 다르다.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일단 계획부터 던져놓으면 혼란이 가중된다. 임기응변으로 말을 자꾸 바꾸다 보면 정부와 컨트롤 타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일은 더 꼬인다. 이 와중에 ‘정치’까지 끼어들면 최악이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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